Blue Hour: 가이 야나이
"예술 작품의 위대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질적 측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을 이후에 어떻게 다루느냐와 더 큰 상관이 있다는 것이 프루스트의 논지다. 따라서 모든 것은 잠재적으로 예술을 위한 비옥한 토양이다. 그의 주장은 비누 광고에서도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만큼의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하여, 알랭 드 보통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말은 가이 야나이의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측면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야나이의 작품 속 보통의 사물과 일상적인 순간은 작가만의 스타일과 색감을 통해 세심하게 포착된다. 작가의 붓놀림은 작품에 독특한 양감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정경을 평면화하고 추상화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의 작품은 고상하거나 저급하거나, 특정적이거나 보편적이거나 등의 다채로운 의미 영역에서 기인한 주제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를 담고 있다.
이는 작가가 영화적인 이미지, 즉 인물, 정물, 풍경이 어우러지는 방식, 혹은 신체, 사물, 색감의 병치, 그리고 일상을 구성하는 질감 등 다양한 주제와 장면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그의 작품은 형태와 색감, 회화적 과정, 사물이 예술 작품이 되는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대상과 그 대상에 대한 해석적 묘사 사이의 미세한 경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시 제목인 《블루 아워》는 회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일상의 전형, 푸르스름한 빛이 확산되어 주변을 고요한 분위기와 감정의 색조로 물들이는 황혼의 일상을 의미한다. 특히 야나이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은 밝은 햇빛과 한 폭의 그림 같은 배경에 물들어 있는 일상적인 행동을 긴 호흡으로 묘사한 에릭 로머(Éric Rohmer)의 영화 속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신작에서 야나이는 텍스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도입한다. 영화에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무뚝뚝하게 등장하는 '핀(fin)'이라는 단어처럼 표현 대상과 시네마틱한 장면을 구성하는 영화적 방식을 차용해 텍스트를 탐구하고 실험한다. 이를 위해 선, 선의 곡선, 부피, 움직임을 탐구하고 시각적 정보, 색, 모양이라는 추가적인 층으로 만들어낸다. 다른 작품에서 야나이는 유명한 작품이나 시각적 이미지를 인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그 심상의 미학과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제스처, 형태, 색채를 관조하고 재평가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