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terpretation: 김찬송, 정지윤, 데미안 엘웨스, 정수영, 브라이언 라이드아웃, 안나 멤브리노, 노은주, 김채린
우리가 마주한 모든 것들의 이야기: 구성적 기억과 재해석(Re-Interpretation)
서정아트 상반기 기획전 “Reinterpretation”은 재구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파생한 네 가지의 테마로 엮은 전시로서, 시각적 현상과 내적 감각의 발현에 집중하여 이를 메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국내, 외 작가 8인의 작업을 조명한다. 작업의 서사는 관객에게 닿는 일차적 관문인 공간뿐만 아니라 그곳을 점유하는 여러 요소들에 의해 늘 다르게 측정되고, 해석되어왔다. 구성적 기억(Constructive Memory)의 결과이기도 한 생각을 편집하고 각색하고 필요에 따라 미화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감각적 산물은 우리가 마주한 모든 것들이 결국 개인의 경험에 의해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재구성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한다. 전시 주제인 ‘Reinterpretation’의 시작은 보이지 않는 사유와 가시적 시각물 사이의 균형과 호흡에 주안점을 두고 시작한다.
‘Theme 1 – Scenery, Image’는 자연물에서 얻은 심상이 직관적 형태를 떠나 완전한 추상의 형태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안나 멤브리노(Anna Membrino)의 작업은 자연에서 빌려온 소재에서 몇 가지 특징을 추출해 내적 시선이 전하는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는다. 노은주(Rho Eunjoo)의 ‘Plant’ 연작 역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한 장면을, 또 어느 한순간 특정 부분을 편집하는 방법으로 불완전한 기억에서 오는 모호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전시장 우측으로 이어지는 김채린의(Kim Chaelin)의 크고 작은 조각은 정적이고 고요한 심상을 깨뜨리며 현란한 색채로 물들어 곳곳에 놓여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유희(遊戲)를 유도하며 작품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확장하는 작은 조각들은 관람자로부터 스스로 놀이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Theme 2 – Expression’와 ‘Theme 3 – Movement’ 에서는 움직임을 지각하는 존재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이 테마에서는 일상 속 풍경을 모노톤의 주조색으로 처리하여 색다른 시선으로 볼 것을 제안하는 정지윤(Jeong Jiyoon)의 작업과 비언어적 감각을 깨우고 한발 더 나아가려는 김찬송(Kim Chansong)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새롭고 낯선 시각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확대한 김찬송의 화면은 물감 덩어리들이 맞닿아 겹침으로써 완성된 작가만의 신체적 언어이다. 물감을 뿌리고 흘리는 드리핑 기법으로 회화의 고유한 물성과 특징을 드러낸 정지윤의 작업 또한 전시에서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재구성의 한 부분이다.
‘Theme 4 – Space, Studio’에서는 데미안 엘위스(Damian Elwes)와 정수영(Chung Sooyoung), 브라이언 라이더(Brian Rideout)를 소개한다. 데미안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의 고전 화가들의 스튜디오를 재현하고, 재구성해서 사적인 공간을 공적 영역으로 치환한다. 그는 한 사람이 머물던 공간을 물리적 관점으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사조가 탄생한 최초의 시발점으로 여겨 ‘신성한’ 출발 지점이라 여긴다. 또한, 개인의 사적 영역이 내밀하게 드러나는 정수영(Chung Sooyoung)의 작업은 정제된 구도와 틀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정수영의 작품 속 각종 오브제들은 포토샵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재배치되어 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내비치는 기능을 한다. 브라이언 라이더(Brian Rideout)는 온-오프라인 인쇄물에서 발췌한 각종 현대적 이미지들을 차용해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전유(appropriation)의 한 방식을 택한다. 정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작품 속 공간의 이미지는 불변하는 요소와 가변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시대만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8인의 작업이 나타낸 재구성의 방식은 교란되어 나타나는 시각적 이미지 안에서 하나의 줄기를 찾아 꿰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과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에 관객을 초대하여 페인팅과 조각, 추상과 구상, 또 과슈 작품이 어우러져 함께 호흡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