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변웅필, 피정원

3 - 31 March 2022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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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트는 2022년 부산점에서 선보이는 첫 기획 전시로 변웅필과 피정원의 2인전 《비움과 채움 : Emptiness and Fullnes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인물화 작가 변웅필과 추상화 작가 피정원은 자신만의 기법으로 캔버스를 채우지만, 작가의 메시지가 드러나는 직접적인 단서를 비워낸다. 두 작가는 작품 감상의 주체를 온전히 관람자의 몫으로 두고자 캔버스 위로 작가의 그림자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형체와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으로만 표현하여 남자의 초상을 그리는 변웅필과 먹과 블랙 젯소를 사용해 균열과 굴곡 있는 형상을 만들어 내는 피정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가 모두 분명하게 형태를 갖춰 인물이나 추상적인 형상들로 캔버스를 채워냈지만, 그 형상에 담은 작가의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절제한다.


변웅필은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나 대상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최대한 배제한 채 단순한 색과 형태로만 완성해 인물의 시각적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특히 작가는 감상자가 보는 시각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SOMEONE’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누군가’ 또는 ‘어떤 사람’으로 인물들을 남겨두었다.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떠한 배경을 가졌는지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거의 남겨놓지 않고 인물화를 작업한 작가 본인의 직접적인 의도와 의미는 비워 두었다. 한편 피정원은 검은 여백 위에 다양한 재료의 조합과 덧칠을 통해 추상적인 형상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일기를 담아냈지만 두터운 마띠에르로 채워진 화면 안에 담겨있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관람자가 추상화를 감상하는 데에 어떠한 요소에도 방해받지 않은 채 완전한 추상적 경험다운 경험을 받도록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이다. 이에 따라 작가는 추상화 감상에 가장 노골적인 힌트가 되는 작품명을 ‘Untitled’로 두고 시리즈를 확장해 나간다.


삶은 정해진 방향대로 흘러가기보다는 여러 갈래의 방향으로부터 다양한 선택과 요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완성되는 결과지와도 같다. 예술도 마찬가지로, 작가의 인생과 경험이 가득 찬 캔버스에 관람자의 감상이 더해진다면 한층 더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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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y July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