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low Island: 사이먼 고
서정아트는 2024년 3월 15일부터 4월 21일까지 올해의 봄을 여는 전시로 사이먼 고의 개인전 《Mellow Island》를 선보인다. 사이먼 고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서적 교류의 단편이나 감정적 충만의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 고유의 인물 표현 방식과 화면 질감은 그가 경험한 관계로부터 비롯된 여러가지 감정들의 반사체이다. 사랑, 신뢰, 미움, 좌절 등 요동치는 감정의 기폭(旗幅)은 이번 전시에서 멜로우 아일랜드라는 가상의 섬을 향해 항해한다.
멜로우 아일랜드는 너무 멀고 찾기 어려워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환상 속 섬이다. 사람들은 달콤하게 무르익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지만 그들은 결코 섬을 발견할 수 없다. 대신 멜로우 아일랜드는 섬을 찾고자 하는 모두에게 관계의 성숙이라는 선물을 보상으로 준다. 따라서 이 여정은 실패로 끝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자체로 무르익는 것이다.
사이먼 고의 화면은 일상적인 순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가구를 사러 인테리어 샵에 가는 일, 누군가를 위해 파티 준비를 하다 실패했던 기억, 여행지의 호텔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하루 등은 지극히 사소하고 내밀한 일상이다. 작가는 이 보편적인 순간을 실제와 환상을 오가며 다채롭게 재구성한다. 그의 작품은 사실에 기반한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상상에 기반한 배경이나, 소품을 병치한다. 또한 작가는 촉감, 즉 손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텍스처를 평면에 구현하며 공감각적인 입체적 감상을 유도하면서도 원근감이나 소실점에 개의치 않은 듯한 화면 구성을 통해 회화가 가진 평면성에 충실한 인상을 준다. 이같이 모든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사이먼 고의 장치는 작품 안팎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고 싶은 심상을 자극하며 작품에 담긴 사연, 인물들 간의 관계에 몰입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스스로를 이입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서서히 환상으로 이끄는, 사이먼 고의 확장된 세계로의 초대이다. 특히 전시장 초입, 공간을 압도하는 월 페인팅(Wall Painting)은 사이먼 고 작품에서 돋보이는 특유의 질감 표현 재료인 모델링 페이스트를 사용하여 캔버스를 벽 너머까지 확장시켰다. 그 공간을 점유하는 인물 조각은 회화 작품 속 주인공이 잠시 걸어 나와 휴식을 취하는 듯 생동한다.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이미지는 이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을 짐작하게 하면서 동시에 인물에게 이입하여 작가가 제안하는 환상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고 흠뻑 물들을 채비를 하게 한다. 위태로운 배에 몸을 싣고 떠나는 사이먼 고의 여정에는 두렵지만 아름답고, 연약하나 용감한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