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did it come from ? pt.2: 홍성준
서정아트는 2024년 5월 11일부터 부산에서 홍성준의 개인전 《Where did it come from ? pt.1》을 개최한다. 이어 서울에서는 17일 《Where did it come from ? pt.2》의 전시명으로 시작하여 두 전시가 함께 6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홍성준은 캔버스를 하나의 장막으로 연출하는 레이어(Layer)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무수한 선택과 갈림길, 그 안에서 축적된 편린을 아카이빙하며 작업을 지속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서 작가가 눈에 담았던 도시의 풍경, 삶을 메운 시간과 공간의 기록을 과거-현재-미래로 연결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물음들에 생각을 더하고, 변주를 주었던 모든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작가는 늘 고민했다. 모든 선택과 실천 행위들은 매순간 변곡점을 지나오며 우회하는 듯했지만, 어느 날 문득 순차적으로 한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상념의 축적을 물질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시작된다.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는 ‘공기’, ‘비눗방울’과 같은 이미지들이 시각적, 촉각적 물질로 발현된 모습이다. 이는 작가가 모든 작업을 마지막이 아닌 ‘터닝 포인트’, 즉 중간 점검으로서 대했음에 주목한다. 주제, 소재, 기법, 구현의 방식 등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타났던 물질들, 그리고 채택되지 못해 버려졌던 모든 비물질적인 존재를 상상하면서 그것을 부활시키는 과정은 앞으로의 작업을 나아가게 할 동력이 된다. 손끝에 닿을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을 떠나 무한하게 펼쳐지는 시공간 안에서 무중력의 상태가 된 물질들은 전시장 안을 떠돌고 부유하며 비가시적인 것, 소멸한 상념들을 대변한다.
한때는 불투명하고 무겁게 느꼈던 선택지였지만 돌아보는 지금은 오히려 투명하고 가벼워 한없이 날아다니며 사라지기도 한다. ‘가벼운 것은 과연 버려진 생각이었을까, 나 자신이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작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한 켠은 그러한 물음과 자체적인 대답으로 결합된 과정들을 보여주며 채워진다. 특히 은박 레이어, 알루미늄, 틀, 캔버스, 가죽, 물감 덩어리 등은 작가가 작업하면서 연구했던 시간성에 관한 결과와 고민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무엇을 생각했고, 어떤 걸 느꼈는지 시시각각 변하는 물음들에 생각을 더하고 의문을 가지며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늘 고민했다. 작가에게 감각으로 빚은 물질이란 어떤 의미였을지 되새기며 투명하지만 보이는, 부드럽지만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곧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관객이 대담하기를 기대하며 기획되었다. 작가는 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긴 시간 고민해왔던 부분이 명쾌해지는 날들이 있음을 상기하며 골몰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담화를 지향했다.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기록할 수 있는 것처럼, 수신인을 향한 편지, 불특정 다수에게 던졌던 이야기를 조합하면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