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tro-mania: Momo Kim
우리 시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는 ‘레트로’는 ‘retrospect’의 줄임말로 추억, 과거에 대한 취향을 뜻한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 마들렌 과자처럼, 개인의 감성이 담긴 사소한 역사의 조각은 독창적인 수집가들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공적 가치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사적인 수집가로서 일상의 추억을 부지런히 기록하는 모모킴(b.1992)의 작업을 서정아트 부산에서 2024년 9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선보인다. 개인의 비밀스러운 역사가 어떻게 보편적인 공감과 가치의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은 아이템의 과포화 상태, 그로 인한 주의 분산과 쉴 새 없음에 놓여있다. 선택지가 없어서 지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는 관심과 시간을 요구하는 과잉으로 인한 문화적인 식욕 상실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극적이고 큰 규모의 문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일상생활 중에 늘 곁에 두고 사용 중인 물건을 중심으로 수집이라는 꿈속의 길을 걸어가며 한 시대의 진실을 새기는 유물을 직접 만들고 기록한다. 그렇게 작가의 정신을 담은 도자기와 형형색색의 인형, 단아한 기품의 난초는 의미심장한 보석으로 변모한다. 모모킴에게 예술은 삶에서 마주하는 사건과 이야기 중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조각들을 골라 의미를 담아내는 일이자, 세상을 대변하는 풍경들에 보이는 다정한 진심의 표현이다.
모모킴의 작업은 실생활 자체에 스며들어 있다. 직접 빚은 소박한 맛의 도자기, 화면의 한쪽에 자리한 화분, 온기 가득한 사연이 담긴 편지, 방 안의 고요함을 채워주는 전등이 이를 증언한다. 특히 행운과 기복의 상징으로써 꽃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는 새롭게 기성 브랜드의 저가 인조화분을 등장시킨다. 기존 이미지와 의미에 더하여 우리 세대를 공유하는 시대의 소비와 인식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다. 자연의 생멸 과정이 생략된 인스턴트 조화는 작가의 핸드 페인팅과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영원한 정신을 부여 받는다. 한편 화분과 함께 주요 테마로 등장하는 도자기는 모모킴이 추구하는 작업 태도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오롯한 집중력과 섬세하게 조율된 움직임에도 미세한 굴곡이 남아있다. 이는 불완전한 일상에 비유되어 위안을 주고 작가로서의 겸손한 자세를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물을 도구적 관계로 한정 짓지 않고 추억과 시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휴식을 선사한다. 혹자의 눈에는 흔하디흔한 기성품을 작가는 취향과 심미안이 반영된 물질로 변화시켜 주체적으로 교호한다. 이는 박물관이 수집하는 유명 작가의 유일무이한 작품과는 달리, 익명의 예술이 우리의 실생활 속 깊숙이 스며든 모습이다. 일상을 찬미하는 자세로 덧셈과 뺄셈을 거듭하여 도상화된 모모킴의 장면들은 진귀한 가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