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Consuming Myth: Dakyo Oh, Gee Song
우리는 모두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간다. 생명의 근원으로서 땅은 인간 존재의 시작이자 끝을 품고 있는 상징적인 기호로,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신화적인 존재는 점차 소비되고 변형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개념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단지 향유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본래의 의미를 간과한다. 《땅, 소비되는 신화》는 이러한 긴장과 상충을 다루는 전시로, 오다교와 송지윤 두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언어로 자연과 신화가 교차하는 지점, 현대 사회의 물신적 소비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오다교는 ‘땅’을 생명과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근원적 존재로 해석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Reflective 시리즈를 통해 땅과 인간 존재의 교차점을 탐험하며, 그 속에 담긴 생명과 소멸의 순환을 묘사한다. 흙, 모래, 숯 같은 원초적 재료를 사용하여 땅의 질감과 수분감을 표현하고, 자연의 빛과 바람, 습도를 반영하여 땅의 생동하는 기운을 풀어냄으로써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보다 원초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Reflective라는 개념은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흙 속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빗물에 비친 형상들, 땅 위에 떨어지는 생명의 흔적은 일시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연이라는 신화를 새롭게 되돌려 본다.
송지윤은 ‘땅’을 역사와 문화, 권위와 소비가 얽힌 복잡한 기호로 인식하며, 현대 사회에서 변화된 자연의 형태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에서 땅은 더 이상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맥락에서 소비하고 재구성되는 ‘장소성’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땅 위에 인위적 권위를 부여하는 고대 그리스 신전 양식의 구조물과 야자수, 이국적 향취의 붉은 광석 등 휴가를 대표하는 문화적 코드들은 실제 장소를 벗어나 비물질적이고 가상적인 풍경을 형성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색의 중첩과 RGB 컬러의 재현은 현재와 과거, 실체와 허구를 넘나들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속 ‘땅’에 대한 태도와 그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송지윤의 작업은 디지털화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자연의 의미와 그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땅'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되고, 동시에 그것을 소비하는 방식에 의해 어떠한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다룬다. 오다교와 송지윤은 각기 다른 시각과 매체를 통해 땅을 단순한 자연적 요소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코드로 확장한다. 그들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간과하고 있는 땅의 깊이와 그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징적 연결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한다. 자연의 본질을 물리적, 디지털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지나쳐온 의미를 환기시키며,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 현실과 상상,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 놓인 ‘땅’을 주체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