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al Moments: Jungwoo Hong
서정아트 부산은 3월 7일부터 4월 13일까지 홍정우의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신작과 대표작을 총망라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날들’ 시리즈를 중심으로, ‘몸이 기억하는 풍경’, ‘a matter irrelevant to you(너와 상관없는 일)’ 등이 소개된다. 순간의 단면을 담은 소형 작품들과 서사를 품은 대형 연작들은 서로 대조적으로 배치되며, 작품의 크기와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삶의 단면과 전체 서사를 동시에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삶은 우리가 그것을 연출하는 방식에 따라 희극이 될 수도 있고 비극이 될 수도 있다." - 니체(Friedrich Nietzsche)
삶을 하나의 연극으로 비유했던 니체의 통찰은 예술을 통해 삶을 탐구하는 홍정우 작가의 작업 세계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그의 캔버스는 삶의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비극적인 순간조차 긍정과 활기로 승화시키는 그의 예술적 태도는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특히, 이번 전시의 중심이 되는 ‘아름다운 날들’ 시리즈는 홍정우가 인생이라는 복잡한 서사 속에서 발견한 사랑, 희망, 그리고 그가 경험한 감정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철저히 계획된 방식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그의 화폭은 삶의 매 순간에서 비롯된 감정과 기억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성되며, 이는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가 말한 "감정이 곧 진리"라는 철학적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화면은 낙서처럼 자유롭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직관을 자극하고 깊은 울림을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름다운 날들’ 시리즈는 단순한 추상화를 넘어서 불확실하지만 형태를 가진 이미지를 탐구한다. 이 과정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반영하며,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불확실성과 모호함 속에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인간적 의지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동네 벽에 남겨진 낙서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물감과 바니쉬를 반복적으로 겹쳐 올리고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그의 작업 과정은 시간과 감정을 축적하는 행위로, 결과적으로 그의 화면은 고대 벽화나 픽토그램을 연상시키는 상징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기억과 존재의 흔적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우리의 존재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거대한 연극을 이룬다." -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홍정우 작가의 작업은 순간 속에서 영원을 담아내며, 개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인 서사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감상을 넘어,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예술이 선사하는 희극적 아름다움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공간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관객의 기억과 감정이 공명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생성되는 무대로 구성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날들’을 떠올리고, 작품이 지닌 내밀한 메시지를 통해 예술과 삶이 맞닿는 철학적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순간의 단편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각자가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을 환기하며, 예술을 통한 사유와 감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홍정우의 작품 세계는 관객에게 기억과 존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열어 주는 동시에, 예술이 지닌 보편적이고 강렬한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