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서정아트는 오는 3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관에서 이미주의 개인전 《탐구생활: 숨겨진 실타래》를 개최한다. 이미주는 익숙한 일상을 탐구하며 그 속에 숨겨진 단서와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포함한 조각과 회화 20점을 통해, 작가가 일상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것이 하나의 서사로 엮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미주의 작업에서 일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이 축적되며 개인의 경험을 형성하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여름밤 바닷가를 걸었던 순간, 강아지를 쓰다듬던 촉감처럼 사소해 보이는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며 감각과 기억을 형성하고, 삶을 지탱하는 조용한 힘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힘을 '소프트 파워'라 말한다. 거대한 사건이나 강렬한 감정보다, 일상의 틈을 채우는 미세한 요소들이 축적되어 삶의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미주가 탐색하는 일상은 부드럽지만 강인하며, 고요하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분투하는 시간을 포함한다.

 

전시 제목 ‘탐구생활’은 1979년 여름방학에 맞춰 처음 발간된 초등학교 학습 교재에서 차용되었다. 놀이와 학습이 공존했던 이 자습서처럼, 이미주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단서들을 놀이하듯 변주하고 탐구하며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일상의 세계를 다시 써 내려간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개인과 경험이 관계 속에서 변형되는 방식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작은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며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흐름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며, 궁극적으로 다정함과 연대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변화하며, 그 과정 자체가 삶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 이번 전시는 마치 미완의 탐구 노트처럼, 관람객이 직접 전시 공간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해석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회화에서 확장된 입체 조각들이 공간을 점유하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충혈된 눈, 성냥불과 같은 이 기묘한 조각들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마치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 듯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관람객이 공간을 탐색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유도한다. 전시장 안쪽에서 마주하는 조각상 ‘설인’은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작용한다. 극도로 내성적이지만 강한 내면을 지닌 존재인 설인은 조용히 머물며 전시 속 서사를 지켜본다. 그저 배경 속 조형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연결된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2층에서는 이러한 여정이 더욱 확장된다. 주인공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여러 사물과 뒤섞이며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1층에서 발견했던 설인은 이제 사라졌지만, 주인공과 한 몸이 된 듯한 형태로 존재한다. 여러 명의 소녀가 중력을 거스르듯 가볍게 떠오르며 상황을 만끽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는 내성적이던 존재가 연대를 통해 변형되고 확장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마치 물속을 떠다니듯 작품과 공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며,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탐구생활: 숨겨진 실타래》는 조용한 관찰에서 시작해 점차 적극적인 개입과 해석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갖는다. 작가는 사소한 순간들을 엮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탐구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지 않던 단서들이 어떻게 실타래처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탐구와 놀이, 연대와 변형의 순간들을 경험하며, 익숙한 일상 속에서 숨겨진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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