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정물화 장르는 오랫동안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예술적 사색의 매개체로 존재해왔다. 그것은 시간과 자아, 그리고 사물의 조용한 울림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Not by Myself in the Dining Room에서 예술가 루수단 히자니쉬빌리(Rusudan Khizanishvili)는 정물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 고독과 존재, 친밀함과 보편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깊이 있는 대화를 선보인다.

 

히자니쉬빌리의 접근 방식은 단순한 무생물의 묘사를 넘어선다. 그녀의 각 캔버스에는 개인적인 역사와 감정, 기억, 그리고 변화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 과일, 천, 식기, 꽃과 같은 사물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그녀의 예술적 여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증인이 된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존재감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막 테이블 위에 놓인 진주 목걸이, 방금까지 누군가가 앉아 있었던 듯한 따뜻한 의자. 인물이 부재하다고 해서 그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부재는 삶의 본질을 더욱 강조하며,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일직선적인 흐름이나 고정된 순서에 얽매이지 않은 창작 과정을 담아낸다. 히자니쉬빌리는 하나의 정물화를 완성한 후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을 진행한다. 그녀에게 있어 정물화는 보다 큰 형상적 회화 작업 중간중간 다시 돌아오는 사색의 공간이자 예술적 피난처가 된다. 이러한 순간의 정적(靜寂)은 창작의 본질적인 행위로서, 고독이 하나의 주제이자 매개체가 되는 장소로 작용한다.

 

히자니쉬빌리의 사물에 대한 애착은 그녀가 정식으로 예술 교육을 받기 훨씬 전, 유년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인형의 집 가구, 작은 빨간 의자에 대한 갈망은 그녀에게 사물의 중요성을 깊이 새겨주었다. 이후 네덜란드 정물화 전통과 마주하며, 빛과 질감, 구도를 통해 평범한 사물을 비범한 것으로 변모시키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그녀에게 정물화란 단순한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심볼로 이루어진 언어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담은 조용한 시(詩)와도 같다.

이러한 시각적 언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암호화하듯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녀의 정물화 속 ‘정적(Stillness)’은 결코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의 붓질은 의도적이면서도 직관적이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깊이 신체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 된다.

 

Not by Myself in the Dining Room에서 히자니쉬빌리는 관객을 이 친밀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사물들은 말을 걸고, 침묵은 공명하며, 정물화는 단순히 생명이 없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조용한 지속성을 지닌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오롯이 혼자 작업하며, 이미지뿐만 아니라 감각을 포착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그녀는 색과 형태, 빛을 통해 속삭이는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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